해외여행

9박 10일간의 유럽 버스여행 6편 – 스위스 편

wisdom 2002.09.29 14:21

베니스에서의 황홀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다음 행선지인 스위스(Switzerland) 로 향했습니다.
영국 어학원 시절 만났던 스위스 친구들에게서 무척 좋은 인상을 받았던 터라, 개인적으로 이번 유럽 투어 중 가장 기대했던 나라였습니다.

당시 스위스는 EU 미가입국이라 국경을 넘을 때 까다로운 여권 검사가 있을 것이라 들었지만, 다행히 별다른 제재 없이 수월하게 통과했습니다. 도버 해협 페리에서 미리 약간의 스위스 프랑(CHF)을 환전해 둔 덕에 마음도 한결 여유로웠습니다.


1. 슈탄저호른(Stanserhorn) 정상에 오르다

스위스에 입국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슈탄저호른(Stanserhorn)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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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탄저호른으로 오르는 케이블카 티켓

표를 끊고 산 중턱까지 오르는 고풍스러운 산악 궤도열차(푸니쿨라)에 몸을 실었습니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차창 밖으로 내려다본 스위스의 전원 풍경은 소문대로 그림같이 아름다웠습니다.

중턱에 도착한 뒤 대형 케이블카로 갈아타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아쉽게도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어 알프스의 파노라마 전경을 훤히 내려다볼 수는 없었지만, 맑은 공기 속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둘러보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정상에는 알프스 전통 목관악기인 알프호른(Alphorn) 이 놓여 있었는데, 일행 중 소리를 제대로 낸 사람은 저뿐이라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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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했던 남아공 출신 가이드(우)

남아공 출신 가이드와의 추억
우리 팀을 인솔한 가이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출신이었는데, 억양이 무척 독특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동양인 관광객들을 배려해 늘 말을 또박또박 천천히 설명해 주는 따뜻한 면모를 지닌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가 매일 아침마다 틀어주던 신나는 음악


2. 호수의 도시, 루체른(Lucerne) 입성

스위스는 인접 국가의 영향에 따라 지역별로 사용하는 공용어가 다양합니다(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만슈어). 우리가 방문한 루체른(Lucerne) 은 독일어권에 속하는 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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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당일 저녁 가이드는 시내 나이트클럽에 갈 것을 제안했지만, 누적된 피로 탓에 저희 일행은 호텔 방에 남아 와인을 마시고 화투를 치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습니다.

루체른에서는 1박 후 바로 프랑스로 이동하는 일정이었기에, 이튿날 아침 일찍 모든 짐을 챙겨 루체른 시내로 나섰습니다. 지도를 펼쳐보니 규모가 아담하여 걸어서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도시 중앙에 맑고 푸른 호수가 펼쳐져 있고, 도시 전체가 매우 단정하고 고요했습니다.

  • 쇼핑 거리: 가이드의 인솔로 서쪽 쇼핑가로 향했습니다. 명품 시계와 스위스 아미 나이프(빅토리녹스)가 즐비해 눈요기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 카펠교(Chapel Bridge, Kapellbrücke):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로, 루체른의 상징적인 랜드마크입니다. 지붕이 덮인 목조 다리를 거닐며 바라보는 로이스강과 구시가지의 정취가 일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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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사의 사자상(Lion Monument, Löwendenkmal):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왕가를 끝까지 지키다 전사한 스위스 용병들의 충성과 넋을 기리기 위해 암벽을 깎아 만든 기념비입니다. 고통 속에 눈을 감아가는 사자의 슬픈 표정이 스위스 용병들의 비극적이면서도 숭고한 역사를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오늘날 바티칸 교황청을 호위하는 근위병 역시 오랜 충성의 전통을 이어온 스위스 용병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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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여행의 여운과 에피소드

  1. 너무나 아쉬웠던 사촌 형님 이야기
    사촌 형님이 스위스에 거주하신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거주 도시를 몰랐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바로 이곳 루체른이었습니다. 미리 연락이 닿았더라면 머나먼 타국 땅에서 반갑게 얼굴이라도 보았을 텐데,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순간이었습니다.
  2. 국가 도메인 ‘.ch’의 비밀과 가이드의 농담
    이동 중 가이드가 “스위스 국가 도메인이 .ch인 이유는 스위스가 초콜릿(Chocolate)으로 세계 최고라 그렇다”고 능청스레 농담을 던졌습니다. 우리 일행은 한동안 고개를 끄덕이며 믿었는데, 잠시 후 가이드가 장난이라며 웃음을 터뜨려 다 함께 빵 터졌던 유쾌한 추억이 남았습니다. (실제 .ch는 스위스의 라틴어 국명인 Confoederatio Helvetica의 약자입니다.)

스위스는 수려한 자연과 단정한 치안 덕분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매력적인 나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