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드디어 고대하던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니스(Venice, 이탈리아어로는 베네치아 Venezia) 로 향했습니다.
1.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경유와 알프스의 풍경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길목, 점심 식사를 위해 중간 기착지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룩(Innsbruck) 에 들렀습니다.







그동안 유럽에서 완만한 평지만 보아오던 우리 눈앞에 알프스의 높고 웅장한 설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는데, 그 풍광이 실로 장관이었습니다.
- 스와로브스키(Swarovski)와의 첫 만남
인스브루크에서 ‘스와로브스키’라는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크리스털 공예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오스트리아 브랜드였는데, 현지 매장에 들러보니 디자인도 무척 곱고 생각보다 가격 부담도 적어 가족 선물용으로 몇 가지를 구매했습니다.
노천카페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뒤 코치(투어 버스)는 다시 출발해 이탈리아 국경을 넘었습니다. 이때 투어 가이드가 센스 있게 이탈리아의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 의 감미로운 음악을 틀어주어 여행의 분위기를 한껏 돋워주었습니다.
반도 국가라 그런지 국경을 넘자마자 기후와 지형이 우리나라와 제법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16강에서 꺾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현지 분위기가 살짝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버스 기사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탈리아에 가서는 그냥 일본인이라고 해라” 고 귀띔해 주어, 실제로 축구에 목숨을 거는 나라기 때문에 일행들과 한동안 일본인 행세를 하고 다니기도 했는데 숙소에서 저녁을 먹을 때 자존심이 상해서 한국인이라고 밝히자 식당 주인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베니스 근교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맛있게 마친 뒤, 이날 저녁도 어김없이 와인 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2. 물 위의 신비로운 섬, 베니스 입성
다음 날, 따로 대절한 현지 버스를 타고 베니스로 향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막연히 ‘수상 도시’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베니스가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곳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육지 쪽 선착장에 내려 작은 배(바포레토 등)로 갈아타고 본섬으로 들어갔습니다.
베니스에서는 2박 3일간 머물며 하루를 온전히 시내 관광에 쏟을 수 있었습니다. 둘러보니 도보와 배로 하루 정도면 핵심 명소들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유럽 투어 중 방문했던 수많은 도시 중에서도 베니스는 단연 가장 인상 깊고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곳이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바다로 둘러싸여 자동차는 찾아볼 수 없었고, 대중교통과 택시조차 모두 크고 작은 배로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3. 산 마르코 광장과 장인의 골목길
베니스의 첫인상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낡고 고풍스러운 건물들, 분주히 오가는 보트와 날렵한 곤돌라,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관광객의 활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
광장에는 엄청난 인파와 함께 비둘기 떼가 가득했습니다. 해 질 무렵이 되면 광장 주변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야외 테이블을 펼쳐놓고 실내악단의 라이브 연주를 선보이며 손님을 맞이합니다.
(※ 다리가 아프다고 함부로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즉시 웨이터가 다가와 값비싼 서빙 요금을 청구하므로, 주문할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 빈 의자에 앉지 마세요!)


- 유리 공예 & 특산품 골목
단체 투어로 무라노 스타일의 유리 공예 공방을 방문했는데, 장인들이 불길 속에서 순식간에 정교한 동물 조각과 색색의 유리병을 빚어내는 솜씨가 가히 신기에 가까웠습니다. 레이스 자수 공예와 유명 이탈리아 명품 상점, 개성 있는 식당들이 좁은 미로 골목마다 빽빽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이곳 화장실 역시 유료입니다.)
4. 낭만의 곤돌라 투어 & 이탈리아 미식
점심으로는 정통 이탈리아 맛을 경험해 보겠다며 골목 안쪽 레스토랑에 들어가 각자 피자, 파스타, 스파게티 등을 주문했습니다. 맛은 훌륭했지만 관광지 식당답게 가격이 제법 비쌌습니다. 경비를 아끼려면 골목 곳곳의 테이크아웃 피자 가게(Pizza al taglio)에서 조각 피자와 음료를 사서 먹는 것도 훌륭한 방법입니다.
오후에는 투어 옵션이었던 곤돌라(Gondola) 탑승에 나섰습니다. 단체 할인 덕에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곤돌라를 타고 약 40분간 좁은 수로 골목을 유유자적 누비는 기분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노련한 곤돌리에의 노질을 따라 낡은 건물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데, 육로로는 닿지 못하는 베니스의 은밀한 구석구석을 감상할 수 있어 베니스에 오면 꼭 경험해 봐야 할 필수 코스입니다.
💡 베니스 이모저모
-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 베니스는 조수 간만의 차와 잦은 침수(아쿠아 알타, Acqua Alta)로 인해 도시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어 대규모 방파제(모세 프로젝트 등)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 경이로운 역사: 서기 6세기경 야만족의 침략을 피해 갯벌에 나무 말뚝을 박아 세운 도시로, 약 118개의 작은 섬이 400여 개의 다리로 촘촘히 얽혀 있습니다. 어떻게 중세에 이런 경이로운 해상 제국을 건설했는지 볼수록 신비롭습니다.
- 예술과 인물: 거장들의 회화 작품이 가득한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e dell’Accademia)이 유명하며, ‘사계’를 작곡한 안토니오 비발디와 희대의 모험가 자코모 카사노바가 바로 이곳 베니스 출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