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동경 올빼미 #8] 신주쿠, 시부야

wisdom 2004.08.20 11:16

신주쿠 다카시마야 백화점을 둘러보고 1층 로비로 내려오는데, 뜻밖의 명물이 전시되어 있어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에서 주인공 마이클 J. 폭스가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났던 바로 그 전설의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안(DeLorean DMC-12) 이 실물 크기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전설적인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안
어린 시절 스크린을 보며 열광했던 SF의 상징 드로리안 타임머신 실물 차량

학창 시절 가슴을 설레게 했던 영화 속 타임머신을 도쿄 한복판에서 마주하니 반가움에 절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1. 젊음의 거리, 시부야(渋谷) 입성과 초간단 면 요리

신주쿠를 떠나 JR 야마노테선을 타고 도쿄 청춘 문화의 발신지인 시부야(渋谷) 로 이동했습니다. 시부야역 플랫폼에 내리니 오후 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극심한 허기가 밀려와 역 구내에 위치한 작은 간이 소바/우동 식당으로 직행했습니다. 입구 자판기에서 메뉴 사진을 보고 가장 무난해 보이는 340엔짜리 온면 식권을 뽑아 주방에 건넸습니다.

역 구내 간이 식당에서 맛본 340엔짜리 온면 한 그릇
단무지 하나 없는 소박한 차림이었지만 시장기가 반찬이라 국물까지 들이켠 면 요리

한국 분식집처럼 단무지나 김치 같은 밑반찬은 전혀 제공되지 않는 맑은 장국 국수였지만, 쫄깃한 면발과 깔끔하고 짭조름한 가쓰오부시 육수가 허기진 배를 따뜻하게 채워주었습니다.


2. 하치코 동상과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역 밖으로 나오자 광장 한쪽에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사진을 찍고 있는 충견 하치코(忠犬ハチ公) 동상이 보였습니다.

주인을 기다린 충견의 감동 실화가 깃든 시부야 하치코 동상
도쿄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 1순위로 꼽히는 하치코 동상 앞

  • 하치코의 감동 실화: 세상을 떠난 주인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10년 동안 매일 시부야역 개찰구 앞에서 묵묵히 기다렸다는 충견 하치 이야기. 오늘날 하치코 동상 앞은 도쿄에서 가장 붐비는 만남의 약속 장소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치코 동상을 지나 역전 광장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그 유명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보행자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3~4개의 거대한 횡단보도로 수천 명의 인파가 물밀듯이 쏟아져 건너가는 광경은 가히 압도적이었습니다.

근처의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숍 시부야 로프트(LOFT) 에 들러 기발한 디자인 소품과 문구류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시계는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3. 우에노의 밤: 2년 만의 재회와 활기찬 이자카야

저녁에는 도쿄에 사는 일본 친구들과 모이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습니다. 서둘러 아키하바라 숙소에 들러 한국에서 정성스레 챙겨온 선물용 김을 챙겨 모임 장소인 우에노(上野) 로 향했습니다.

영국 어학연수 시절 만났던 친구들을 2년 만에 다시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반가운 포옹과 함께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우에노 번화가의 인기 주점으로 향했습니다.

주말 밤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 찬 우에노 번화가 골목
오색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빛나는 우에노의 활기찬 주점 골목

  • 30분 웨이팅 끝에 맛본 나마비루: 불금 저녁이라 어딜 가나 만석이었습니다. 30분을 기다려 자리를 잡고 시원한 생맥주(나마비루)와 타코야키 스타일의 문어 안주를 주문했습니다.
  • 일본 주점의 ‘2시간 이용 제한’ 룰:
    밀린 이야기꽃을 피우며 신나게 잔을 부딪치고 있는데, 2시간이 채 안 되어 직원이 다가와 “라스트 오더(마지막 주문)”를 알렸습니다. 손님이 많은 번화가 주점에서는 테이블 이용 시간을 딱 2시간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룰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한 입 거리로 정갈하게 담겨 나온 문어 숙회 안주

4. 2차 잉글리시 펍과 헤밍웨이의 모히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2차로 인근의 잉글리시 펍(English Pub) 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영국 현지처럼 바 카운터로 가서 직접 주문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이었지만, 도쿄 특유의 세련되고 정갈한 분위기가 더해진 ‘재패니즈-잉글리시 펍’이었습니다.

상큼한 라임과 민트 향이 매력적인 모히토 칵테일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즐겨 마셨다는 상쾌한 라임 칵테일 모히토

1차는 친구들이 한턱냈기에, 2차 펍에서는 제가 친구들에게 칵테일을 시원하게 대접했습니다. 쿠바에서 헤밍웨이가 매일 마셨다는 상큼한 모히토(Mojito) 를 들이키며, 오랜 친구들과 국경을 넘은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 기분 좋은 취기와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 한가득 안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이 날은 전철 막차를 놓치지 않고 무사히 호텔로 귀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