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출장 이틀째 저녁, 현지 파트너 업체와의 저녁 미팅이 약속되어 있었습니다. 숙소인 가야바초 펄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복잡한 전철 대신 도쿄의 저녁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약속 장소는 니혼바시 우체국(日本橋郵便局) 앞. 호텔 프런트에 가는 길을 문의했으나 반쯤 일본어로 설명해 주는 탓에 고개만 끄덕이고 무작정 호텔 밖으로 나섰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역시나 낯선 도쿄의 뒷골목에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1. 길 위에서 마주한 도쿄 사람들의 따뜻한 친절
마침 인근 상점에서 마감 정리를 하고 계시던 아주머니께 조심스레 다가갔습니다.
“Excuse me, do you know Nihonbashi Post Office?”
“Ah… Nihonbashi Post Office? Can you speak Japanese?”
“No… 죄송합니다. ^^;”
영어로 길을 설명하기가 어려우셨는지, 그 친절한 아주머니는 가게 정리를 잠시 멈추고 제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하셨습니다. 걸어가는 내내 일본어로 연신 방향을 설명해 주셨는데, 바쁘신 분을 너무 멀리까지 모시고 가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연신 “스미마센, 스미마센” 을 읊조렸습니다.
손짓과 표정으로 충분히 길을 이해했다고 감사를 표하자,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진심 어린 고마움이 가슴 깊이 전해졌습니다.
전날 공항철도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방면이 헷갈려 승강장에 서 있던 젊은 여성분께 니혼바시 방면이 맞는지 여쭈었더니, 직접 안내 전광판을 확인하고 와서 “이 열차를 타시면 됩니다”라고 친절히 알려준 뒤 열차 안에서도 따뜻한 눈인사를 건네주었습니다.
💡 외국인 여행자의 길 찾기 노하우
흔히 일본인들은 영어로 말을 걸면 당황해서 피한다는 편견이 있지만, 실제로 마주한 현지인들은 대부분 당황하면서도 끝까지 어떻게든 도와주려 애쓰는 따뜻한 배려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친근감의 표시로 “스미마센” 으로 시작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정중하게 “Excuse me” 로 접근하는 편이 자신이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임을 명확히 인지시켜 소통의 오해를 줄이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2. 도쿄에서 궁금했던 일상의 풍경 3가지
😷 1. 왜 일본인들은 일회용 마스크를 애용할까?
거리나 지하철을 타면 하얀 일회용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정말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공항 입국심사대 심사관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처음에는 ‘외국인을 경계하나’ 싶어 의아했습니다.
현지 직원에게 물어보니, 매년 2~3월 봄철 삼나무(스기나무) 꽃가루 알레르기(화분증, 花粉症)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 인구의 상당수가 겪는 대표적인 국민 질환이라, 이맘때면 누구나 황사 방역 마스크 같은 일회용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2. 식당 문을 열면 왜 큰 소리로 외칠까?
가게나 식당에 발을 들이자마자 점원들이 돌아보지도 않고 우렁차게 외치는 소리, 바로 손님을 환영하는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 어서 오세요!)” 였습니다.
혼자 온 손님에게는 몇 명인지 묻는 제스처를 취하는데, 이때 손가락 하나를 살짝 펴 보이면 혼밥족을 위한 카운터 석(바 테이블)으로 능숙하게 안내해 줍니다. 일본은 일찌감치 1인 식사 문화가 완벽하게 정착되어 있어 혼자 식사하기에 이보다 편한 나라가 없습니다.
🍛 3. 언제 어디서나 든든한 일본식 카레라이스
도쿄 도심 골목마다 카레 전문점이 유독 많습니다. 600~900엔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밥과 진한 카레 소스가 푸짐하게 나와 이번 출장 내내 저의 든든한 주식이 되어주었습니다.
아키하바라의 한 카레집에서는 수저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고 있자, 옆자리에서 식사를 마친 젊은 여성 손님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수저통을 덮고 있던 정갈한 린넨 천을 살포시 걷어 수저를 꺼내주는 훈훈한 배려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3. 문화와 사람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이야기
저녁 식사 자리에서 현지 파트너사 대표와 각국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재미있는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미국 뉴욕 생활을 오래 했던 일본인 대표는 “서양인들은 한국인에게서는 은은한 마늘 향을, 일본인에게서는 특유의 생선회나 옷장 냄새를 느낀다고 하더라”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습니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그 업체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이 대구 출신이었는데, 서울로 함께 출장을 가면 오히려 도쿄 출신인 일본인 대표가 한국인 직원에게 서울 지하철 환승법을 안내해 준다는 유쾌한 반전이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따뜻한 미소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사람 사는 향기가 가득했던 도쿄의 하루가 이렇게 기분 좋게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