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를 수없이 오가면서도 정작 천년 고도 교토(京都) 에는 가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번 출장길에 일요일 하루를 온전히 비워 드디어 교토행 열차에 올랐습니다.
오사카 우메다역에서 한큐 교토선 특급 전철을 타고 40여 분을 달리자, 차창 밖으로 유서 깊은 고도의 풍경이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1. 기온 거리와 달콤한 오타베(おたべ) 떡
한여름 분지 지형인 교토의 더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개찰구를 나서자마자 온몸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무더위를 달래주는 교토의 명물 말차(녹차) 아이스크림

교토의 오랜 역사와 게이샤 문화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기온의 골목길
현대식 건물로 가득했던 교토역 주변과 달리, 기온(祇園) 거리에 들어서자 비로소 꿈꿔왔던 전통 일본의 운치가 시야 가득 펼쳐졌습니다.

교토 제일의 명소 키요미즈데라(清水寺, 청수사) 로 오르는 언덕길 양옆으로 아기자기한 기념품점과 전통 과자점이 빼곡했습니다.


- 교토 명물 과자 ‘오타베(생야츠하시)’:
계핏향이 솔솔 나는 얇고 쫀득한 찹쌀 피 속에 달콤한 팥소나 과일 앙금을 넣은 삼각형 떡입니다. 매장마다 무료 시식을 푸짐하게 제공해 언덕을 오르며 맛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여름 한정판 복숭아 맛 오타베를 한 상자 선물용으로 구입했습니다.
2. 못 하나 없이 지어진 절벽 위의 기적, 키요미즈데라




마침내 청수사 경내에 들어섰습니다.
- 어머니의 자궁 체험(즈이구도 태내 순례):
100엔을 내고 지하 어둠 속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빛 한 점 들지 않는 칠흑 같은 암흑 통로가 펼쳐집니다. 벽면의 염주 난간만 손으로 더듬으며 걷다가 마침내 빛을 마주하고 밖으로 나오는 신비로운 ‘환생 체험’을 경험했습니다.

780년에 창건되어 1633년 재건된 일본 국보 목조 건축의 극치
본당 절벽에 세워진 거대한 목조 테라스 ‘키요미즈의 무대(清水の舞台)’. 못을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백여 개가 넘는 거대한 느티나무 기둥을 레고처럼 짜 맞춰 절벽 위에 허공에 띄운 장인정신은 가히 경이로웠습니다.




- 오토와 폭포(音羽の滝): 본당 아래로 내려오면 세 줄기의 맑은 물이 쏟아지는 약수터가 있습니다. 건강, 학업, 연애 중 하나를 기원하며 긴 바가지로 시원한 물을 받아 마셨습니다.

3. 산넨자카-니넨자카 돌길과 별장 정원 레스토랑



청수사를 내려오는 길, 교토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가 묻어나는 산넨자카(三年坂) 와 니넨자카(二年坂) 돌담길을 천천히 거닐었습니다.



이른 저녁 식사를 위해 유서 깊은 옛 귀족 별장을 개조한 정통 일식 레스토랑으로 들어섰습니다. 식사 후 디저트가 준비되는 동안 식당 뒤편의 아담하고 청량한 일본식 정원을 거닐며 호젓한 사색을 즐겼습니다.




디저트로 나온 쌉싸름한 말차 아이스크림과 두유로 빚어낸 촉촉한 치즈케이크의 풍미는 하루의 피로를 사르르 녹여주었습니다.
4. 카모가와 강변의 황혼과 여행의 단상

교토 도심을 흐르는 카모강(鴨川) 둔치의 낭만적인 여름 저녁 풍경
해 질 무렵, 교토 도심을 관통하는 카모강(鴨川) 둔치를 걸었습니다. 강변 둑을 따라 연인들이 신기할 정도로 일정한 간격을 띄우고 나란히 앉아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생활화된 일본 특유의 정갈한 풍경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맞은편 좌석에 신발을 신은 채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던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며, 낯선 타국을 여행할 때일수록 그 사회의 문화와 기본 에티켓을 존중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되새겼습니다.
뜨거웠던 여름의 태양 아래 만난 천년 고도 교토는 눈부시게 찬란하고 아름다웠습니다.